2023년도 유한재단 장학금을 수상하게 된 대학생 여러분, 축하합니다. 반세기가 훨씬 지난 세월의 얘기입니다만, 제 대학 시절을 회고해 보면 아마도 일생 중에서 가장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호기심에 휩싸이기도 하였고, 동시에 인생의 모든 고민을 짊어진 시기가 대학 학창 생활 시절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아마 이 자리에 모인 여러 젊은 학생들도 마찬가지 처지에 놓이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유한재단에서는 젊은 대학생들이 꿈을 키워나가고, 또한 그 꿈을 실천할 역량을 확대해나가는 학업 증진에 도움을 주고자 장학금 사업을 시행해오고 있습니다. 학비 마련의 부담을 줄여주어 여러분이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학문을 도야하는 대학 생활이 되도록 등록금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여러분과 유한재단이 이렇게 뜻깊은 인연을 맺게 되는 이 자리에서 잠시 우리의 인연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우선 얘기를 시작하기 이전에 여러분의 앞날을 축하하기 위하여 공사다망하신 가운데 시간을 내시어 이 자리에 참석하여 축사와 격려사를 해 주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님, 그리고 여러분의 대선배이신 유한 장학동우회 회장 박준모 변호사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과 유한재단 사이에 인연을 맺게 해 준 것은 유한정신이라고 여깁니다. 조금 전 영상에서 시청하였듯이 유한재단은 고 유일한 박사님이 별세하시면서 본인 소유의 전 재산을 유한재단에 기부하셨고, 이 재원으로 유한재단은 그분의 위업을 이어받는 활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유일한 박사님의 생애를 정의하는 유한정신은 한 마디로, 기업·국가·교육·사회봉사의 네 이념으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기업을 첫째 이념으로 삼은 것은 훌륭한 기업을 통하여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국가부흥에 앞장서는 과업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였던 점에 기인합니다. 여러분, 유한양행은 지금부터 거의 100년 전에 세워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100년의 역사를 지닌 기업이 열 손가락을 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유한양행이 매우 오랜 역사를 지닌 기업 중의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나 적법한 일자리 창출의 원천으로서 기업의 중요성을 이미 100년 전에 지적하셨다는 것은 국가 발전의 동력을 제공한다는 큰 의미를 지니는 것입니다. 

 둘째, 국가를 거론한 이유는 국가가 존재하여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것이므로 국가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자유시장 경제에서는 기업이 시장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당연시됩니다만, 이렇게 시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굳건하게 존재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국가의 활동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국민이 특히 기업이 그 운영 재원을 지원해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일제 치하에서 기업을 일궈 세웠고 그 이후 전쟁의 폐허에서 기업을 키워오는 과정에서 국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으므로 국가 발전에 기업이 이바지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따라서 국가의 원활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충실하게 내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며, 이를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는 국가관을 피력한 것입니다. 

 셋째 교육을 중요이념으로 제시한 이유는 바로 젊은 인재가 나라발전의 핵심요소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봅니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인재의 양성 없이 경제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고 일찍이 믿은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여러분에게 제공하는 장학금도 그런 정신을 본받은 것이며, 실제로 유일한 박사님은 유한공업고등학교를 설립하여 기업의 기초적인 핵심인력을 키워내시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봉사는 기업활동에서 남는 이익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사회 공헌에 주력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기업의 성공은 물론 기업 구성원이 헌신적으로 일한 결과이겠지만, 그 밑바탕에는 기업활동을 가능하게 한 사회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시각에서 이윤을 창출하게 만든 환경을 조성한 사회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환원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유일한 박사님의 이러한 숭고한 뜻을 이어받아 유한재단은 여러 교육 및 복지사업과 사회봉사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만, 그중에서도 미래의 한국을 이끌어 갈 대학생들의 장학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오고 있습니다. 유한재단이 이런 장학사업을 하면서 기대하는 결과는 무엇일까요? 반대급부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본 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들이 올곧게 자라서 유한정신이 지향하는 사회의 지도자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기업·국가·교육·사회봉사의 네 이념으로 구성된 유한정신은 지금 시대에 여러분들에게 어떤 올곧은 지도자상을 기대하고 있을까요? 

 국가가 자유 시장경제 체제를 지향하고 있으므로 기업활동은 자유롭게 보장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고 유일한 박사님의 전반적 사상을 고려해 볼 때, 아마도 여러분들이 공의식 (public mind)을 갖고 활동하면서 사회발전과 안정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에 일조하기가 기대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공의식은 공동체의 발전과 남을 우선 배려하는 정신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판단합니다. 여러분이 오늘 장학금을 지원받듯이 여러분이 성공한 이후에는 여러분이 받은 혜택을 어려운 후배들에게 베풀 수 있는 복지와 사랑의 선순환구조가 구축되기를 고 유일한 박사께서 희망할 것으로 믿습니다. 

 장학금 수상자 여러분, 우리가 지향하는 이러한 소망도 유일한 정신의 저변에 깔린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겠다는 불굴의 정신과 희생의 정신이 살아있을 때 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이 넘은 과거에 미국이라는 이역만리에 9살의 소년이 단독으로 도미하여 혼자 극복하였던 수많은 난관을 상상하면 지금 여러분이 헤쳐나가야 할 난관은 매우 작은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정신을 이어받는다면 여러분의 앞날에는 반드시 영광스러운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아마 오늘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여러분과 유한의 인연도 결국, 이런 강인한 정신을 승계받는 자리가 되는 것으로 기대합니다. 

여러분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펼쳐지기를 바라고, 큰 행운이 늘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2023년 2월 23일

유한재단 이사장 김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