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유한양행 사옥을 처음 찾은 것은 1980년대 초의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시절 장학금을 지급하여
준 것에 대하여 감사인사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직원의 안내로 인사를 한 분은 당시 김선진 상무님이셨습니다.
당시 김선진 상무님의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선합니다. “지금까지 장학금을 받고 감사인사를 하러 온 경우는 학생이 처음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모르겠습니다. 지금 사장님도 안 계시고 ---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면서 김선진 상무님께서는 삐콤씨를
비롯한 유한양행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한 보따리 안겨주셨습니다.
그 후 제가 지방에서 평검사로 근무하고 있을 때 전화한통을 받게 되었습니다. 전화 너머로 아리따운 여직원의 목소리가 들렸습
니다. “여기는 유한양행입니다. 유한장학동우회가 결성되게 되었습니다. 김선진 사장님께서 검사님을 찾으라고 하여 연락하게
되었습니다.” 상무시절 제가 유한양행 사옥을 방문한 것을 기억하고 계시던 김선진 사장님께서 저를 찾으라고 하여 전화를
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서울에 근무하게 되면서 유한장학동우회의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유한장학동우회의 모임에 참석하면서 그곳에 모인 회원님들의 면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회원님들 중에는 대학교수님·의사선생님·약사선생님·기업가·은행가·고위공직자 등 한국사회의 지도적 위치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 너무도 많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유한장학동우회에 참석할 때마다 신문에서만 보았던 유명한 인사분들이 회원으로 참석하여 한 식구처럼 이야기하고 인생경험을 들려주었습니다. 저로서는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유한장학동우회는 학창시절 유한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사람들을 회원으로 하는 자발적인 친목모임입니다. 기업가·교육자·독립운동가·사회사업가이셨던 유일한 박사님이 설립하신 유한재단은 오랫동안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여 왔습니다. 유한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사람들이 모여서 유일한 박사님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회원 상호간에 친목도모와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하여 유한재단이 중심이 되어 유한장학동우회가 결성되었습니다.
그 동안 유한장학동우회는 박상철 초대회장님으로부터 2대 유영성 회장님을 거쳐 3대 손용석 회장님에 이르기까지 지혜와 덕망이 많은 선배님들이 이끌어 오셨습니다. 불초 미천한 이 사람이 후배님들의 성화로 회장직이라는 과분한 직책을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훌륭한 선배님들이 이끌어 오신 유한장학동우회에 제가 회장을 맡음으로 인하여 누를 끼치지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다만 제가 다른 회원님들보다 비교적 나이가 많고 경륜이 조금 많다는 차원에서 회장직을 수락하였습니다.
저는 유한장학동우회가 회원 상호간에 친목도모와 연대강화가 되도록 내실을 기하는 방향으로 이끌고자 합니다. 유한장학동우회의 회원들에 대하여 현황이 파악되지 않는 회원들도 상당수가 있습니다. 유한재단이나 학교 등을 통하여 회원들의 현황을 파악하여 수직적인 연대와 수평적인 연대를 도모하고자 합니다. 회원들의 현황을 파악하여 친목과 연대를 강화하고, 유한재단과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한장학동우회의 외부적인 활동이나 사업은 회원들의 현황 파악과 회원 상호간의 유대강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연후에 생각하도록 합시다. 유한장학동우회의 선후배님 들의 많은 지도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유한장학동우회 회장 박 준 모